‘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한 북측대표단이 3박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번 교류는 남측 지자체와 북측 간 상호교류협력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지방자치단체 방문’이자 ‘11년 만에 이뤄진 산업시설 참관’으로 기록될 북측 대표단의 이번 경기도 방문 성과와 의미를 살펴봤다.
이번 북측대표단 경기도 방문은 ‘지방자치단체와 북측 간 교류협력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와 북측대표단은 중앙정부가 터놓은 남북교류협력사업의 물꼬를 지방자치단체가 이어받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5일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진행된 첫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께서 큰 길을 만들었는데 그 길을 단단히 다져서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건 우리의 몫”이라며 “중앙정부에서는 큰 방향을 잡지만 잔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은 “지극히 옳은 말씀이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라고 동의의 뜻을 전했다.
이에 따라 도는 상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도와 북측 간 교류협력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도와 북측대표단은 농업, 산림, 보건의료, 체육, 관광 등 유엔 제재 국면 하에서 가능한 분야의 협력 사업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 그간 추진해온 ▲옥류관 유치 ▲농림복합형 농장(스마트팜) 시범 공동 운영 ▲문화․스포츠교류 활성화 ▲축산업, 양묘사업 등 공동 추진 ▲임진강 유역 남북 공동관리 ▲남북 전통음식 교류대전 개최 등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번 방문은 지난 2007년 기아자동차 공장 방문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북측 인사의 산업시설 참관’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북측대표단은 판교테크노밸리와 경기도농업기술원 등 도 산업시설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며 함께 구축할 미래에 대한 다양한 구상을 밝혔다.
북측대표단이 밝힌 구상에는 ▲공동 신도시 건설 ▲남북 공동산업단지 조성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송명철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판교테크노밸리 현황을 들은 뒤 “(평안남도) 평성시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와 같은 사업에 대한 협력이나 협조를 어떤 방식으로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라며 화두를 던졌다.
이에 이 지사는 “분당, 판교와 같은 신도시 건설방식을 중국이 벤치마킹해 심양과 같은 도시를 조성하기도 했다. 신도시를 건설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만큼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하며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동두천, 파주, 김포 등 접경지역에 경기도와 북측이 협력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것들을 그 안에 녹이면 좋을 것 같다”라며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북측 관계자들은 판교테크노밸리에서 관람한 3D프린터와 앱 블루투스 방식의 사진출력기, 농업기술원에서 둘러본 국화․장미 연구단지, 물고기의 배설물로 채소를 키우는 아쿠아포닉스 산업화 모델, 태양광 지열 병용 식물공장, 농기계 실습장 등에 연신 관심을 나타내며 다양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질문의 대부분은 기술의 원리나 생산효율 및 경제성, 비용 등 실제적인 기술 도입 부분에 집중됐다.
이에 대해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은 “북측 관계자들이 시설을 둘러보면서 실제로 북측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하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북측대표단이 이 지사의 방북 초청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전국 지자체장 최초의 북측 방문도 가시화되고 있다.
북측대표단은 지난 15일 첫 대면식에서부터 이 지사의 방북 초청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송명철 아태위 부실장은 ‘옥류관 냉면을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는 이 지사의 말을 듣자마자 “(리종혁) 선생님께서 기회를 한번 만들어달라”고 제안했고, 리 아태위 부위원장은 “옥류관 분점이 경기도에 개관하기 전에 한번 (북측에) 왔다갔으면 좋겠다”며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그간 남북교류는 중앙정부 차원으로만 진행돼 왔으며 지자체 차원의 방북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까지 이뤄진 대통령 방북은 총 4차례로 중앙정부 차원의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 2000년 6월13일 한반도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지난 2007년 10월2일 육로를 통해 이뤄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은 남북화해사의 이정표로 남아있다.
올 들어 2차례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또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풀고 ‘남북평화협력 시대’의 서막을 연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지사의 방북이 이뤄질 경우, 지자체와 북측 간 본격적인 교류협력의 서막을 여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사의 방북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지사는 “준비가 되어 있다. 이왕이면 좀 더 구체적으로 할 일을 준비해서 가는 것이 좋겠다”라며 교류협력 사업의 적극 추진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