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카페/이경문기자] 지난 한해 우리 사회는 조현병의 공포로 몸살을 앓았다. 이른바 ‘안인득 사건’이라 불리는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을 비롯한 병동 입원환자 무차별 폭행사건, 10대 청소년 이웃집 할머니 살해사건 등 흔히들 정신분열증으로 알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가 급격히 증가했다.
서울시 성동구는 민·관 48개 기관이 상호 협력을 통해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민·관협력 통합사례관리’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조현병 이웃 돌보기에 앞장서고 있다.
한때 집안의 가장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 오던 곽씨(69세)는 갑작스러운 실직과 이혼으로 조현병 진단을 받게 됐다. 길거리 노숙을 전전하다 노숙인 사회복귀 지원센터인 ‘시립비전트레이닝센터’(성동구 용답동 소재)에 입소해 6년간 관리보호 후 정부 지원의 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재취업에도 성공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사회복귀에 성공한 듯 보였던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혼자 지내며 조현병 치료를 소홀히 해 집안가득 쓰레기와 오물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위험 상황을 파악한 성동구는 동주민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비전트레이닝센터, 경찰서, 119소방서와 힘을 합쳤다. 곽씨를 중점 관리 대상자로 선정하고 입원치료 시키고, 10t이 넘는 집안 쓰레기를 청소했다. 얼마 전 퇴원한 곽씨는 집으로 돌아와 일상적인 생활로 복귀한 상태이며 구 통합지원센터의 지속적인 돌봄을 받고 있다.
이번 곽씨의 경우는 성동구의 민‧관‧경이 함께하는 위기가구 ‘민·관협력 통합사례관리’의 활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민·관협력 통합사례관리’는 민·관 48개 기관이 모여 복합적인 어려움에 처한 주민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관리시스템이다. 공무원과 민간사례관리자가 협력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대상자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방식이다.
동 주민센터를 핵심 축으로 민·관 기관이 매월 정기적으로 모이며, 위기가구가 발생하면 즉시 회의를 개최하여 공동으로 신속히 대처한다. 동 주민센터의 통합사례회의를 통해 주 사례관리 기관을 정하고 기관별 역할을 분담하여 서비스 중복 및 누락을 조정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통합사례관리를 총괄하는 ‘사례관리전문관’이 통합사례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또한 조현병 포비아 등 잠재적 위기가구를 위해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에는 통합사례관리사 4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각 분야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솔루션회의가 상시로 열려 즉각적인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지닌 취약가구를 위해서는 민·관이 발 빠르게 공동으로 대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통합사례관리 활성화를 통해 조현병 가구를 비롯한 1인 가구 등 복지사각지대에 놓은 취약계층들에 대한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대처로 구민 모두가 행복한 성동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